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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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1/2)

안계환공식블로그

2017. 1. 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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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방한한 일이 있었다. 사전에 영국 왕실에선 의전행사를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당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었고 마침 가장 한국적 문화유산인 전통마을이라는 콘셉트의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 대상에 올라가 있었다.

덕분에 가장 한국적인 곳, 한국인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으로 하회마을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방문 장소로 선택되었다. 1년 후 안동하회마을과 경주양동마을은 ‘한국의 역사마을 : 하회와 양동(Historic Villages of Korea : Hahoe and Yangdong)’이라는 이름을 갖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두 마을은 15세기를 전후한 조선시대에 조성된 가장 한국적인 전통마을로 유교 전통사상과 생활방식을 잘 보전해 오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통한 자연스러운 마을모습이 현재까지도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집성촌이 꽤 많다. 집성촌이란 하나의 지배적인 동성집단이 특정 마을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마을이다. 이런 마을에는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절반이 넘어 서로 인척관계다. 가을이 되면 시제묘에 시제를 지내는데 연구자들에 의하면 17세기 이후 집성촌이 다수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집성촌 중에서 넓은 농토를 갖고 있어 경제적 여유가 있고, 높은 벼슬자리를 한 조상이 있는 경우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전통가옥이 있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외세 침략과 외국문물의 범람으로 전통문화의 유실을 경험했다.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으로 인해 많은 유산들이 소실되었고 한일합방으로 국가의 존재도 사라졌다. 최근에는 6.25동란으로 전국이 전쟁의 피해를 입었고 이후 서구문물의 도입으로 수없이 많은 전통마을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고 수백 년 넘게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전통을 잇고 있는 곳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이다.

전통기와집 그리고 돌담, 하회마을
안동 하회(河回)마을은 원래 허씨와 안씨 중심의 집성촌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 두 집안은 세력이 약화되고 풍산 류씨가 중심이 되어 터전이 닦였다. 그 이유는 역시나 경제와 권력의 영향이라 볼 수 있다. 이곳은 조선 중기 문신 서애 류성룡과 겸암 류운룡이 태어난 곳이다. 특히 류성룡은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수행하여 왜군을 물리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재상이었다.

그는 25세에 문과에 급제한 뒤 승정원·홍문관·사간원 등 관직을 거쳤고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에 영의정 자리에 올랐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 육군이었던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천거한 이도 그였다. 여기에 학자로서 학문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이순신에게 『증손전수방략』이라는 병서를 손수 지어주기도 했고 파직되어 고향에 내려와서는 임진왜란 기록인 『징비록』을 저술하기도 했다.

임금을 빼고는 최고 권력자였던 만큼 그의 고향마을이 부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지금 전해지는 마을 건물의 대부분은 그 후손들이 만든 것이라 탁월한 선조를 뒤이은 후대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은 마을 주위를 감싸 흐르는 낙동강 모습이 ‘회(回)’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강 건너 부용대에 올라서면 회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낙동강과 그 안에 마을이 위치한다. 현재 하회마을에는 100여 채의 전통 한옥이 있는데 기와집과 초가가 조화를 이룬다. 기와집은 양반들의 거주지였고 초가는 노비나 소작인들이 살던 공간이었다. 기와집 가운데는 12채가 보물 및 중요민속자료로 등록되어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기와지붕과 초가가 한데 어우러져 부드러운 곡선을 만든다. 지붕 사이사이에 있는 골목길에는 다양한 형태의 담장이 독특한 형상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하회마을의 담장은 하나같이 모양이 제각각이다. 다들 자기가 사는 집과 어울리는 재료를 써서 만들었기에 각자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흙과 돌을 층층이 쌓아 만든 기와집 담장도 있고 흙으로만 만든 초가집 담장도 있다.

특히 흙을 다져서 한 층씩 쌓아 올리는 흙담장은 자연스러운 결을 만들기에 전통 한옥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 비를 맞으면 흙이 무너지므로 기와지붕을 올려 보호하고 있다. 우리네 전통담장은 도둑이나 외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높이 세우는 서양식과는 매우 다르다. 그저 골목을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회마을에서 가장 대표적인 가옥은 보물 306호로 지정되어 있는 풍산 류씨 대종택인 양진당이다. 과거에는 99칸짜리 대저택이었다는데 지금은 53칸만 남아 있다. 양진당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양반가 건축물로 이름 높다. 남자들이 머무는 사랑채와 여자들 생활공간인 안채, 문간채와 마구간, 사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진당 건너편에는 서애 류성룡의 종가인 충효당이 있다.

류성룡은 충효당이 지어지기 이전에 있었던 초가에 살았었는데, 후손들이 힘을 합쳐 세운 건물이다. 이 건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사랑채 뒤편에 있는 후원이다. 아담한 규모의 후원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절제된 공간미와 멋이 있는 곳이다. 그밖에도 북촌택, 주일재, 남촌택 등 볼만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하회마을에는 높으신 양반들이 사는 기와집도 있지만 서민들이 살던 초가집도 있다. 작은 초가집부터 헛간과 마당이 있는 다양한 초가가 있는데 현재도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초가집은 주로 흙으로 지었고 지붕은 벼농사를 다 지은 후 나오는 볏짚을 잘 엮어서 만들었다.

방 크기도 작고 문 높이가 낮아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다. 예전에는 어떻게 이렇게 작은 공간에 사람이 살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초가집 방이 작은 것은 추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주거 공간으로서 최소 요건만 갖추면 되지 지금처럼 넓게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하회마을이 양반 가문 씨족 집성촌으로 유지될 수 있는 다양한 학업 공간이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서당, 서원이 있고 선비와 학자들이 책을 읽으며 마음을 수양하는 정사가 있다. 이들 학문공간들은 서애 류성룡과 인연이 많다. 병산서원은 원래 풍악 서당이었던 것을 류성룡이 지금의 자리에 옮겼고 이름을 바꾸었다.

류성룡이 서재로 사용하던 원지 정사, 관직에서 물러나 <징비록>을 기록했던 옥연정사, 학문을 연마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겸암 정사도 있다.

하회마을을 통해 조선 양반들이 살던 문화를 느끼고 그 공간에서 함께 삶을 이어갔던 민초들 소리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유네스코
  • #하회마을
  • #양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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